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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로 노사 관계가 원만
아시아씨이뉴스 | 승인2020.02.06 14:28
배원기 교수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또 하나 든다고 하면, 집들이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어 사전에서 집들이라 함은 (1)이사하여 새로운 집으로 옮겨 들어감, 즉 이사를 말하는 경우와 (2)이사 한 후에 이웃과 친지를 불러 집을 구경 시키고 통상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에 쓰는 용어이다. 그 음식을 제공하는 일을 말하는데,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집들이라고 하고 그 외에 결혼 한 후 회사동료들을 초대하는 것인데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서울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는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이에 비하여 일본에서는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는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스시 등의 음식을 외부식당에서 조달해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으며 요즘의 집들이는 출장요리 전문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집들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설날(구정)에 직장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이 경우 상사의 집에서 신년인사(세배)를 나누고 식사를 한 후 화투나 카드로 밤 12시정도까지 노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에 있는 회사들은 신년 초 1월 2일 오전에 신년 시무식을 하고 구정(설날) 즈음에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설날 선물을 내어주는 정도로 지낸다. 그리고 아주 친하거나 존경하는 상사나 학창 시절의 은사 댁으로 찾아가 신년인사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일본인 주재원들 중에서도 위와 같은 한국의 집들이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잘 이용했던 분들은 부하 직원들 과의 관계가 돈독해서 노사 관계의 문제가 거의 생기지 않은 경우를 상당히 많이 보았다. 필자와 알고 지내던 2명의 일본인 주재원의 사례를 소개해본다.

첫 번째는 부산의 제조업체 합작 회사 부사장으로 지내던 일본인 주재원의 사례이다. 그는 단신 부임으로 한국에 5년 정도 근무했었다. 이 분은 직원들과 2-3개월에 한 번씩 회식을 하고, 설날 연휴에는 혼자 사는 집으로 초대 해서 밤늦게 까지 직원들과 어울리곤 했다. 반대로 교수 출신인 그 회사 한국인 사장은 본가는 서울에 있고 본인만 부산에서 살고 있었는데 20여 년 동안 직원들을 부산 소재 사장 집에 초대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직원 한국인 사장보다 일본인 부사장에게 더 정을 가지고 본인들의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는 경우를 보았다.

두 번째 사례는 서울소재 무역회사 대표로 약 20년간 한국에 근무했던 어느 일본인 주재원의 경우인데 그는 1년에 몇 차례씩 집들이를 하곤 했다. “한국 사람도 집들이를 불편해 하는데 어떻게 집들이를 및 번씩 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반드시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어떤 때는 중국 음식점에 어떤 때는 스시집(횟집)에 음식을 주문하기도하고, 또 어떤 때는 삼겹살만 준비하여 집들이를 한다" 라는 답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인은 같이 모여서 먹고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이를 통해서 정을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 전 충청도에 있는 제조회사 사장으로 새로 부임한 일본인사장(단신부임)을 만났는데, "직원들이 집들이를 하라고 독촉을 받곤 하는데, 혼자 살면서 어떻게 집들이를 하면 좋은가?"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고 외부에서 조달하더라도 직원들이 사장의 집을 방문해서 같이 음식을 나눈 것 자체로 기뻐할 것이라면서 집들이를 적극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앞에도 썼지만 최근 서울에서는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집들이는 거의 사라졌고, 신혼 부부가 결혼식 후 친한 친구들만 초대하는 집들이 정도가 남아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KPMG Korea (삼정회계법인)에 2010년 8월에 KPNIG Japan으로부터 새로운 회계사가 부임해 왔는데 그가 서울에 오기 전에 필자의 책을 읽고 서울에 부임해서 필자에게 하는 말이 “아내가 서울에 오기 전에, 직원들을 초대하는 집들이를 하겠다.” 고해서 서울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고 설명해 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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