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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대규모 조각축제,국제조각페스타에 가다조각은 휴머니티 실현하는 조각가의 수행 결과물
김재연 | 승인2018.05.15 15:36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전시 중인 조각작품

"150여명의 조각가들이 한 곳에 모여서 각각 개인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체 작품도 1000여점이 넘는다. 이탈리아나 대만 등 해외 작가들의 초대전도 함께 열리고 있어서 볼만 할 것"이라며, 한국조각가협회 한진섭 이사장이 페스타를 소개한다.

페스타는 한국조각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세계 유일의 대규모 조각 축제다. 올해로 8회째인 2018 국제조각페스타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제 8회 국제조각페스타 2018
2018 국제조각페스타가 개최되는 한가람미술관 전시실 전경

조각은 일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깊이와 넓이를 가진 세계다. 그 세계를 알게 되면 조각작품은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니라는 극진한 시각을 갖게 되고 조각가들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페스타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150여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조각 작업은 수행이고 조각가는 구도자" 라는 김성욱 조각가도 페스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성욱 조각가는 "27년 동안 돌의 곁면을 깎아 조각했었는데, 2007년부터는 돌의 안쪽도 비워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커다란 돌덩어리가 깨졌다가 속을 비워내고 다시 봉합된 형상이다. 그것은 넘어졌어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난 오뚝이처럼 느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감정이입이 되게 만든다. 특히나 그 단단한 돌 속을 비웠냈다는 사실은 경이에 가까운 감탄을 하게 한다.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서 만난 김성욱 조각가가 '비움'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작가는 2004년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실감한 이후부터, '비움'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성욱 조각가는 "사람의 삶을 주제로 했다. 모두가 멀쩡한 얼굴로 웃고 있어도 찢겨지고 아린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묵묵히 견디며 아무렇지않은 듯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만 힘든것이 아니라 다들 힘들다. 욕심을 비워내고 집착도 비워내고 그러다보면 삶이 가뿐해지지 않겠나...." 하는 메시지를 담았더니 힐링되는 작품이라고 반응도 좋다. 고마운 마음에 얼마전 서울의 모 종합병원 암병동에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단다. 

조각가보다는 인상좋은 학자로 보이는 김성욱 작가는 "돌을 깎는 작업은 일종의 수행"이라며, 자신도 "조상님들 덕분에 갖게된 혜택이 분에 넘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삶에서도 계속 깎아내고 비워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조각에 대한 그의 견해가 인상적이다.
"눈에 보이는 조각 작품은 한마디로 빙산의 일각이다. 모든 조각 작품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작품 세계가 산처럼 쌓여 있다.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진행된 그 우직하고도 진지한 몰입 작업들을 알게 된다면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라며,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조각도 3D 4D 프린터로 찍어낸다고 하는데, 그것은 예술의 본질이 갖어야 하는 인간다움, 휴머니티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예술인들조차도 진정한 휴머니즘을 간직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디서 휴머니티를 찾을 수 있겠는가...."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이시 조각가가 자신의 작품 중에 '럭키'라고 명명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150여명의 조각가들이 나름대로의 휴머니티를 다양하게 표현한 2018 국제조각페스파, 조각가들마다 독특한 소재와 발상과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어 그 차이들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감상자의 안목에 따라 그 매력이 무궁무진한 페스타에 가면 특수시멘트로 입양아들의 삶과 내면을 표현한 이시 조각가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우연하게 알게된 해외입양아 사이트를 보면서 일어난 연민을 달랠 길이 없어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단다. 특수시멘트를 만들어 부어 형상을 만들고 시멘트로 색상도 만들기 때문에 작업과정은 몇 개월이나 걸리고 복잡하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틀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작품을 찍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렇지만 시멘트가 자연 건조되면서 갈라지는 선과 금들이 달라 완전 똑같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가방 위에 서 있거나 앉아있는 우수어린 표정의 아이들이다. 언제든 떠나고 옮겨야하는 입양아들을 애환을 연민으로 바라본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형상이다.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전시중인 자신의 작품에 손을 언져보면서 실선들이 사라졌다 보이는 것을 시연하는 김희용 조각가.

돌에 동심원 같은 실선들을 한없이 새긴 여성 조각가 김희용 씨도 만났다. 그녀는 무거운 돌을 옮길 때는 같이 작업하는 조각가 남편의 도움을 받지만 어지간한 크기는 직접 옮긴단다.
그녀는 선이 새겨진 돌을 손으로 만지면 손의 습기 때문에 선들이 흐려졌다가 선명해지는 것이 재미 있어서 작업하다가도 자주 만진다고 한다.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시연하는 동심어린 그녀의 표정과 행동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페스타에 가면 12만개의 동전으로 만들어진 2미터 넘는 비너스상도 볼 수 있다. 옷깃이 흘러내린 자국까지 감탄이 나오게 만들어져 있다. 1년 동안 그 작품을 만들었다는 김승우 작가와 대화를 나눠보면, 조각가들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섬세하게 작업하는 지에 대해서도 감탄하게 된다.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김승우 조각가가 10원짜리 동전으로 만든 비너스상을 설명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비너스상의 안쪽면은 공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박성하 조각가는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노란색 암석으로 곰 인형을 조각했다. '별을 따줄게' 라는 커다란 곰 인형은 작품을 만져보기 전에는 돌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싱크로율 100%다. 별빛이 천정에 비치도록 구상한 작가의 상상력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밖에도 동화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레진 소재의 작품도 있고, 쉼없이 움직이는 신기한 설치 작품들도 있다.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박성하 조각가의 돌로 만든 곰 인형 조각 작품들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박성하 조각가가 곰인형 조각작품 '별을 따줄게'를 설명하고 있다. 곰인형 오른손에 있는 청색별은 안쪽에 전등이 있어 불을 켜면 별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1000여개가 넘는 조각 작품들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페스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조각가처럼 살면 이루지 못할 일들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조각가들의 입체적인 시각과 창의적인 발상, 작품이 나오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시도, 몰입하는 열정, 등등 구도자의 겸손한 마음까지.... 모두가 행복한 인생의 성공을 위해 하나도 빠뜨릴 수 없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오는 20일까지 개최되는 2018 국제조각페스타에서 차원높은 조각 작품들과 도인같은 조각가들을 마주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조각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갖어보면 어떨까? 아이들에게도 페스타는 남다른 예술적 안목을 열어주는 인상깊은 전시회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재연  ranig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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