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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에 대한 소고베르테르 효과가 염려되는 연극 ‘오거리 사진관’을 보고
김재연 | 승인2016.08.18 18:04
연극 오거리 사진관 의 한 장면

베르테르 효과는 모방자살, 동조자살이라는 의미의 단어다. 한 권의 책 때문에 자살율이 높아진 것처럼,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되는 연극 한 편이 대학로에 올려졌다. 지난 17일 치매와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 ‘오거리 사진관’이 출발했다. 치매에 대한 우리의 무기력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연극이다.  

작가 겸 연출가인 한윤섭 연출은 “죽음과 치매를 우울하지 않게, 오히려 재미있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극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1년 전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갑작스런 생환을 반겨야 하는 억지상황에 놓이게 되고, 역시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의 자살로 극이 마무리되는 내용이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 프레스콜 하는 장면

치매는 죽음보다 무서운 질병이다. 기억과 자아를 분실하는 치매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두려움이다. 행여 가족 중에 치매 환자라도 발생하면 집안은 우울 그 자체가 된다. 환자가 죽어야만 끝나는 이 비극에서 희극적 요소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돌아가신 분의 생환이라는 개연성 없는 상상을 극적 에피소드로 구현한 것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치매와 죽음이라는 소재를 희극화하려 한 연출가의 도전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연극이 죽음을 예찬하는 내용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치매는 비극이지만 죽음은 희극이라는 정신세계를 가진 작가가 아니고서는 어찌 치매로 자살하는 내용의 연극을 희극이라고 표현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 연극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 중에는 ‘훗날 치매에 걸리거든 이 연극을 기억하세요’, ‘치매 중에 문득 정신이 나거든 깔끔하게 자리관리를 하세요’, ‘자식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세요’라는 은근한 압박을 주고 있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 의 한 장면

이러한 연극을 누구와 동행하여 보면 행복할 수 있을까? 부모님? 연인? 가족? 친구? 혼자 보기에도 쓸쓸하고, 어느 누구와 동행하여 보더라도 행복감과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캐스팅도 화려하고 연기력도 최고다. 다만 고령화 시대, 초고령화 시대를 반영하는 창의적 상상력이 좀더 밝고 긍정적인 마무리를 도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문득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김재연  ranig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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